모든 형사사건은 경찰 또는 검찰의 수사로 시작되고, 그 중 상당수는 재판을 거치며, 판결이 확정되면 형벌을 집행하게 됩니다. 이 모든 절차에 하나도 빠짐없이 관여하는 사람은
검사가 유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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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서 직접 수사를 하면서 경험한 것과 판사나 변호사의 입장에서 간접경험을 통해 익힌 것은 전혀 다릅니다.
형사사건은 절차가 복잡해 직접 경험해본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각 절차에서 경찰, 검사, 판사가 어떤 업무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고, 경찰과 검사가 어떤 증거를 갖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고소인과 피의자에게 어떤 권리가 인정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검사출신 변호사는 위 모든 절차를 고소인, 고발인, 피의자, 피고인, 참고인의
관점에서 가장 잘 아는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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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출신 변호사는 경찰과 검사의 입장에서 사고할 줄 압니다.
형사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달리 형사처벌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건의
출발점인 수사에서 경찰과 검사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직접 수사도 해보고, 경찰을 지휘해보기도 한 경험이 있는
검사출신 변호사가 가장 잘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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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근무하면서 민사, 행정 등 다양한 사건을 국가의 입장에서 처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형사사건 이외의 사건도 어느 누구보다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소정의 시험과 각종 검증을 통해 국가가 공인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고, 능력과 법률지식 뿐만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꼼꼼함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든 다양한 시각을 갖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준강간죄 무혐의 성공사례, 진술만으로 유죄?
작성자익명날짜 2023-06-15 15:05:54
준강간죄 무혐의 성공사례, 진술만으로 유죄?
최근 검찰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은 준강간죄 사건을 소개합니다. 남성 A는 집들이를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지인들을 초대했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과 형의 여자친구 B도 참석하였습니다. 그날 밤 술에 취한 A와 B는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A는 그로부터 약 한달 후 B로부터 준강간죄로 고소당했습니다. B의 주장에 따르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자신을 A가 강간하였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A가 술에 취해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피해 여성의 주장대로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아 위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B와 B의 지인들이 A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추궁하자 A는 순간 겁이 나서 얼떨결에 죄송하다고 말해 마치 성폭행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는 점입니다.
A는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혹시라도 구속되지는 않을까 두려워 저를 찾아왔습니다. A는 당시의 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왠지 자신이 누군가를 성폭행 했을 것 같지는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하였습니다.
준강간죄, 구속될 수 있는 중한 범죄
준강간죄에 대해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장 흔한 형태의 준강간죄는 남성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여성을 강간하는 경우입니다. 3년 이상의 징역은 최소 징역 3년, 최대 징역 30년이라는 의미이고, 법규정에 벌금이 없는 만큼 매우 중한 범죄입니다. 따라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B의 고소 내용을 요약하면,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자신을 A가 강간하였으므로 준강간죄로 처벌해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B는 고소 직전 A가 죄송하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이는 A가 강간 사실을 인정한 것이므로 반드시 엄벌에 처벌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당했다는 여자 진술만 있으면 유죄?
쉬운 사건은 한 건도 없지만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여러 어려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1.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고소당한 A가 술에 취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얼핏 서로 스킨십을 한 기억은 나지만 B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했는지, 서로 암묵적인 합의하에 성행위가 있었던 것인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기억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 내용을 함부로 인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당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B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인정되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2. 또 다른 난점은 고소 직전 B와 B의 지인들이 A에게 성폭행 사실에 대해 추궁하자 A가 얼떨결에 죄송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입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범행을 시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B는 이를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고소장에 적시하였습니다.
혐의를 벗기까지 변호사의 대응
1.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기 쉽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집과 방의 구조는 어떠했는지,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A와 B 그리고 A와 B의 지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B와 B의 지인들은 어떤 관계인지를 하나하나 면밀히 따졌습니다. 그 결과, B의 고소 동기를 파악할 수 있었고, B가 고소장에 적은 내용과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 상당 부분이 거짓임을 드러냈습니다.
2. 수사 과정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판 과정과 달리 수사 과정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경찰과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어떤 증거들을 수집했고,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고소당한 사람의 대응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변호사라면 이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수시로 소통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이러한 노력으로 B의 대응에 발맞춰 대응한 끝에 A의 진술이 더 신빙성 있다는 점을 드러냈습니다.
3. 죄송하다는 말은 범행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상대방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는 의미일 수 있어 신중을 요합니다. 억울한 상황임에도 만에 하나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남성은 성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되므로 성범죄로 고소당했다면 일단 겁부터 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이 앞서 일단 죄송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마치 성범죄를 자백한 것처럼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변론하였습니다.
무혐의처분을 받기 위해 위에 기재한 내용들 이외에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기 어려운 다양한 노력들을 하였습니다. 사실관계부터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검사 신분으로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험을 통해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 변호사는 많지 않고, 이를 실천하는 변호사는 더욱 많지 않습니다. 수사 단계는 비공개여서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의 말만 듣고 사건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해본 경험이 있다면 상대방의 주장을 예측하고 이에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허위 고소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재판을 통해 허위 고소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그 기간 동안 고소당한 사람은 명예를 잃고, 때로는 직장과 전 재산을 잃기도 합니다. 자백할 상황이 아닌데도 의뢰인에게 자백하라고 권유하거나 치열하게 혐의를 다퉈야 하는 상황인데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라고 권하는 등 엉뚱한 조언과 변론이 돌이킬 수 없는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내가 결백하다고 해도 그것이 반드시 수사와 재판에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범죄로 고소당했다면 초반부터 성범죄전문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